취미가 게임입니다, 그래서 불만입니까?
취미가 게임입니다, 그래서 불만입니까?
취미가 무어냐고 물으면 게임은 잘 이야기하지 않는 편이다. 게임 기자를 직업으로 삼아 월급을 받고 회사생활을 하던 시절이 있지만, '취미가 게임'이라는 말 한마디 때문에 괜한 오해 섞인 시선들이 그다지 유쾌하게 느껴지질 않아서다.
물론, '취미가 게임'이라는 말 한 마디 때문에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은 상대방한테도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가타부타를 떠나서 애초에 내가 '취미를 게임'이라고 이야기 안 하면, 그런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거니까 그냥 이야기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생각해보면 굳이 게임 이야기를 밖에서 할 이유도 잘 없으니까
하지만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시간이 많이 남고 특별한 약속이 없다 싶으면 자연스레 할만한 게임이 없나 싶어 찾아 보고는 한다. 음, 뭐랄까 그 순간만큼은 흡사 휴가를 기다리는 군인의 마음 같다고 할까, 야구와 치맥의 궁합처럼, 주말 저녁 음식을 준비해놓고 영화를 보는 것처럼, 시간이 많이 남을 때 즐기는 느긋한 게임을 좋아한다.
장르는 딱히 가리지 않는다. 아노1404, 세틀러, 더 라스트 오브 어스, GTA5, 아캄시티, 심즈4, FM2014 등 뭐가 됐든 좋다. 눈에 띄면 하거나 관심이 생기면 하는 편이다. 시간이 나질 않으면 찾아보지 않는데 할 게임을 찾아서 쌓아두는 게 은근히 희망고문(?) 같은 일이기도 하고, 시간이 없을 때 하다 보면 간혹 일에 쫓기는 기분도 들어서 취미가 아니란 생각도 이따금 든다.
아니면 유투브를 통해서 타인의 게임 플레이를 지켜 보기도 한다. 시간이 없을 때 취미를 즐기는 적당한 타협이랄까, 하지만 직접 플레이를 통해서 깨닫는 것이 많다 보니 가급적 집적 플레이 하는 게 좋다. 완다와 거상, 저니(Journey)는 특히나 더 그렇다. 엔딩을 보고 나면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본 것 같은 느낌의 게임들이 종종 있다. 이야기를 마쳤을 때의 알게 모르게 시원 섭섭한 느낌, 다소 아쉬운 느낌? 뭐 그런 게 있다. 영화랑은 맛이 좀 다르다.
한동안 온게임넷에 '켠김에 왕까지'라는 프로그램을 본방 사수하기도 했다. 몇 명의 멤버들이 주기적으로 바뀌면서 앉은 자리에서 몇 시간이고 게임의 엔딩을 볼 때(혹은, 특수한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게임만 하는 것인데, 게임을 시작해서 엔딩을 보기까지의 그 과정이 담겨져 있어서 단순한 게임 방송 이상의 것이 있다. 이따금 수작게임들도 보여주고 있어서 자주 본다.
여하튼, 남는 시간에 게임 한 편을 느긋하게 해보는 것도 좋은 취미라 생각한다. 그 시간에 자기 발전을 하라느니, 공부나 마저 하라느니 하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건 게임을 건전하지 못한 취미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조언이다. 게임을 취미로 한다는 게 한량이라거나 나태하다는 의미는 아니니 알아서 골라 듣거나 하면 되겠다.
간혹 말이 길어져 인생의 치열함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부디 치열한 삶을 계속 이어나가시길 바라 마지않는 마음으로 응원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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