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가사를 음미하다, 김동률 어드바이스(advice)

wordgame 2014. 10. 12. 21:57

가사를 음미하다, 김동률 어드바이스(advice)

 

 

아마 회사 회식이 끝나고 돌아오는 새벽, 택시 안에서 처음 들었던 것 같다. 이미 술을 많이 마신 터라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기에는 기운이 없고 그냥 노래나 들으면서 가자 싶어 이어폰을 꽂고 한참을 가던 중이었다. 강변북로에 들어서서 쭉 가고 있는데 가사가 귀에 들어왔다.


이만큼 했음 된 거 아냐? 참 알 수 없네 뭐가 이렇게 복잡해- 라는 존박의 노래에 이어 그러니까 넌 아직 어린 거야, 뭘 모르지 하는 김동률의 가사가 이어졌다. 어쩐지 굉장히 웃겼다. 어디서 많이 본 상황인 것 같아서


우린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하고, 또 충고를 듣기도 한다. 이제껏 서로가 없는 인생을 살다가 갑자기 무엇보다 소중해진 사람, 처음부터 잘 맞을 리는 만무하다. 처음부터 잘 맞는 다는 오해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어찌 됐건 전혀 따로 살던 사람들이 같이 지내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그마한 다툼이 있을 때도 난 몰랐으니 됐다, 난 잘못한 거 없다 하는 사람들에게는 애초에 의사소통이 필요한 게 아니니 제쳐두고,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사람 일이라는 게 온전히 한쪽만의 잘못인 경우는 잘 없다. 때문에 일이 심해질 것 같으면 남의 시선에서는 어떻게 비춰지는지 확인해보거나 혹은 의견을 들어봐야 하는 경우가 있다. 어드바이스가 필요하다는 소리다.


며칠 전에 의견 차이로 헤어진 연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 만났을 무렵의 그들을 보고 한동안 보질 못했기 때문에 연애 초반에 서로에 대한 애틋한 시선과 달달한 분위기만 기억에 남아있었는데 헤어지게 된 지금은 어디가 못마땅하고, 의사소통이 안 되고 조율할 여지가 없었는지에 대해 듣고 또 들었다. 대게 연애의 끝은 이렇다. 결혼이 아니면은, 뭐 결혼도 순탄한 것 뿐만은 아니지만, 그래서 어드바이스는 필요하지 않나 싶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목도 잘 지은 것 같다.

 


가사를 천천히 짚어가면서 노래를 들었다. 구구절절 까지는 아니지만 연애를 하는 과정에 있어서 어느 정도 상황을 아우를 수 있는 충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 만들었네 싶으면서도 왠지 익숙한 느낌이라 재미있었다. 이번 김동률의 노래들은 어드바이스를 포함해서 한동안 계속 들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사가 좋은 노래를 굉장히 좋아하는 편인데 그 중에서도 적절하게 함축적인 것이 가장 좋다. 함축적인 단어들을 길게 풀어서 생각했을 때, 마치 누군가 지켜본 내 이야기인 것 마냥 느껴질 때도 있다. 그래서 인지 더 크게 와 닿는 것 같은 느낌도 있는 것 같다. 가사가 좋으면 노래가 계속 머리에 맴돈다. 요즘에는 특히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Mr. Children의 쿠루미(くるみ), 사잔 올 스타즈(サザンオールスターズ)의 Tsunami, 한여름의 과실(眞夏の果實)를 자주 들었던 것 같다.


이제 곧 개그콘서트가 끝나갈 때라서 그런가 왠지 유난히 감성적인 것 같은..